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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 양방향

 

[민음사]양방향 (김유림 시집), 민음사 세 개 이상의 모형:김유림 시집, 문학과지성사

 

 

 산책길이 서울과 같은 어느 외국 도시에 갔다

 새가 울고 나무가 울창하다 나무가 울창하고 덩어리째 눈으로 들어와 어떤 인상도 남기지 않았다 햇빛이 풍경을 밀고 들어오는

 방식이 흥미로웠으나

 새가 우는 소리는 흥미를 끌지 않았다

 

 흥미를 끌고

 

 그렇지 않고가 서울과 같은 산책길을 가진 외국의 어느 도시에서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양지 바른 곳에서 잔디가 말라 가며 초록을 잃고 있었으나 그것은 당연해 보였다 노란

 

 부분과 노랗지 않은 부분으로

 산책길을 나누고

 

 나는 둘 다 걸어 봤다

 

 푹신하고 시끄러웠다

 

 사람들도 몇 지나쳤지만

 전부 외국인이었다 나도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이해했고

 

 밑동 아래 뿌리가 어지럽게 표면을 뚫고 나온 한 나무를 보며 나무의 줄기를 보는 건지

 나무의 옹이를 보는 건지

 전체를 보는 건지

 

 몰라도 그것은 하나의 나무였다

 산책은 계속되었고

 그들은 집에 있었다

 

 나는 갈색 지붕의 주택 초입에 서서

 발밑에서 부서진 한 토막의 가지를 들고

 

 그것을 멀리 던졌다

 

 날아가

 

 돌아오지 않았으며

 그것은 새롭게 발견한 산책의 용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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