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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 녹물의 편애

 

아무도 모르게 어른이 되어:박은정 시집, 문학동네 밤과 꿈의 뉘앙스:박은정 시집, 민음사 [도마뱀출판사]흥청망청 살아도 우린 행복할 거야 - 문예단행본 도마뱀, 도마뱀출판사

 

 

 난청을 가진 아이는 어른이 되자

 울 때마다 녹물을 흘리는 여자가 되었습니다

 

 모든 소리가 녹이 슬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동안

 

 나는 불협의 감정을 사랑하고

 나는 병력의 감정을 사랑합니다

 

 정성을 들여 돌아갈 곳 없어

 짐승처럼 제 팔을 물어뜯을 때에도

 슬픔은 쉽게 편애됩니다

 

 소리의 어디까지 들어가야 음악이 될까요

 

 조금씩 밤을 넘어온 탄식으로

 목단꽃 이불이 젖고 있습니다

 

 공명되던 음들이

 초록으로 물들 때까지 움츠리는

 소리 속의 큰 소리들

 

 나는 무서워서 자꾸 사랑을 합니다

 

 여자가 귀를 두드리면

 허공의 낮과 밤이 흩어집니다

 

 검붉은 말들이 울음 없이

 벼랑을 내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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