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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 의자야 일어나 거기서 일어나

 

오트 쿠튀르:이지아 시집, 문학과지성사

 

 

 1. 불완전한 연구

 

 어제

 내가 먹던 요깃거리를 돌려줬으면 좋겠어.

 필요하거든.

 

 ......

 허무가 나를 몽롱하게 만든다면

 몽롱을 내가 허무하게 만들어버린다면

 

 이 성질은 무엇인가.

 이 물질은 무엇인가.

 

 그 사이에 테이블을 두고

 밟고 올라가

 높은 곳을 본다.

 

 얼룩소는 어둠의 조끼를 찢어 간혹 허무와 몽롱을 멀어지게 할지어니, 모과의 아둔한 머리를 물어 가죽을 만든다면 생굴이 안 되고, 돌멩이를 깨무는 개미들의 행진에 대한 이슈는 아, 촌스럽다. 촌스러워 꽹과리를 치네. 비유들이 길어서 줄다리기를 하네. 영차영차. 나의 일은 무엇인가. 뭇별의 할 일은 뭔가.

 

 면역력.

 

 슬픔이 나를 휘저어, 담백한 나를 마시네.

 

 

 

 2. 스매시

 

 회전을 반복하는 운영 체제나, 새로운 경영 자본을 끌어 들이기 위해 우리는 3년 동안 입술이 불어터지도록 문래동에서 혀를 감다 가스를 내뿜다가

 

 우리는 내년에 핀란드에 가보기로 했다.

 헬싱키에 가서 날이 날다운 스케이트화를 빌리고

 여기에서 거기까지 얼마나 궁극적인지 

 

 

 

 3. 뇌와 압정

 

 우아한 속도의 자세를 보여주고

 어디에서 왔냐고 미래에 투자를 받고 그렇게 지도를 보면

 불꽃놀이가 팡팡 터지고

 올드란 그런 것

 습관적으로 숨기는 것

 

 의자는 모두 오픈되는 집

 소리 없는 이어폰

 공개되는 서비스

 

 나는 섰어.

 나는 섰다.

 

 나는 짱짱해.

 

 운동장과 상점들과 외국인의 콜라보, 여름에 봤던 할슈타트 백조가 기억나니, 비석에는 신중함이 있다. 깨끗한 건 점프가 아니야. 박자를 모르더라. 새들이나 모멸감 그런 애는 쪽팔리게 질주를 배우고 있다.

 

 

 

 4. 두껍고 화려한 전깃줄의 고향, 용산전자상가에서

 

 달이 뜨고 나는 의자를 밀면서 한쪽 발을 들어 올린다. 아이스링크가 펼쳐진다. 시원하고 유연하게, 이걸 연결의 자세라고 합시다.

 

 달은 헬멧이 없어도 머리를 보호할 수 있다.

 

 이제 쓸데없이 죽기는 싫어.

 

 어댑터

 들의 삶이란

 충전 방식이 다른 기계

 보다 복잡한 

 입양

 구조

 

 너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팔고 있다. 노래가 끝나지 않아. 침과 땀으로 공기를 분다. 전자 속에 들어가 다양한 자세로 오늘은 몇 번 할까? 넌 돈보다 떠나는 걸 더 좋아하더라. 머리를 잡아당기면 마이크를 쥐던 너의 뒤통수가

 

 의자와 골목을 걷는다.

 가까운 곳에 주소를 만들고

 세계의 위치를 다 보려면

 여기저기에 팔려 간 알렉산더 도프와 커츠와 조지를 다시 팔아야 하는데, 네가 일하는 동안 나는 할 일이 없으니까 노래를 부르며 사람을 받는 너는

 

 사회와 가까워지려고 풍성해지려고 신음을 낸다.

 물결이 두 팔을 두고 갈 때

 오늘 밤이 느리게 묻을 때

 

 어둠도 의자가 있을까, 사람들이 끝나지 않아. 깨끗한 건 뛰어다니는 게 아니다.

 

 

 

 5. 노른자와 흰자

 

 벙어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어바리는 발을 씻지 않는다. 언청이는 잘 사 가지 않는다.

 

 너는 늦은 밤. 찢어진 나무를 들고 들어와 이걸로 뭘 만들 수 있을까.

 

 가까운 곳에 '반기고' 싶다는 말을 흐리며 더듬더듬 내 쥐젖을 만지다가

 

 나의 노른자, 나의 노크 노크

 

 사람들이 끝나지 않아. 너는 음악 없는 손을 내 귀에 올리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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