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소형 - 휜

 

숲(ㅅㅜㅍ):김소형 시집, 문학과지성사 좋은 곳에 갈 거예요, 아침달

 

 

 이 밤, 당신의 연주를 듣고 싶어요

 헝클어진 머리칼

 우린 사람들을 불렀죠 우린 노래를 불렀죠

 당신의 연주를 기억해요

 내가 하품을 하면 건반을 두드렸죠

 테이블도 없는 카페였어요 국화를 잔뜩 깔아놓고,

 아, 그래요 난 그곳에 앉아 있었어요

 내 친구, 당신이 치는 피아노엔 창문이 달려 있었던 것 같아요

 바람이 불었죠 내 몸은 애드벌룬처럼 떴을지 몰라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당신의 눈부신 하늘이 보였을 거예요

 대리석으로 된 얼굴들이 떨어지고 눈물이 쏟아지고

 창문은 열리고 닫히고 반복했지요

 하지만 이 밤,

 내 친구,

 늦은 밤이 왔어요

 퀴퀴하고 더러운 몸에서

 시수가 흐르고

 

 지옥에 가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당신의 음악이 텅 빈 입과 내 눈에서

 빙글 돌고 있어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승언 - 녹음된 천사  (0) 2021.04.06
김소형 - 아까시, 과일, 별의 줄무늬  (0) 2021.04.05
김소형 - 두 조각  (0) 2021.04.05
김소형 - 귀  (0) 2021.04.05
김소형 - 습관  (0) 202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