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는 아름다운 유리수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빛들이 돌아선 밤을 불러들였네
우리는 방치된 천사처럼 손을 흔드네 바람이 부는 노르웨이는 초록으로 빛나고 떠도는 구름 아래 내달리던 천진한 걸음들
너의 귀에서 흘러나온 잠을 주웠어
잠들지 못한 검은 황소의 눈물이 꿈자리를 적실 때 우리는 마지막 송가를 불렀지
우리는 누구를 위해 사랑을 했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랑을 했나
바람이 부는 노르웨이는 나의 고향 사향노루는 먼 곳으로 달아나고 당신이 나를 사랑해준다면 하얀 스타킹을 신고 발바닥이 까매지도록 원숭이춤을 출 텐데
강물이 넘실대는 일곱 개의 시간이 흘러도 발자국에 남은 문장만을 지겹도록 반복할 뿐
우리는 누구를 위해 거짓을 말했나
우리는 무엇을 위해 거짓을 말했나
초록의 노르웨이에 눈이 내리면 검은 황소는 잠들고 칠흑 같은 잎사귀들과 부서진 달빛을 지났지만 나는 내 나이를 잊었네
이제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밤
이제는 아무도 노여워하지 않는 밤
남겨진 손에는 아름다운 무리수들
셀 수 없는 것을 무한히 셀 때까지
노르웨이는 차가운 손을 흔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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