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속에 오래 들어가 있어본 사람은 안다
벽이 많아도 그림이 없는 이유를
사면이 창문인 탑 속에서
나는 발가벗었어, 하얀 달걀처럼
당신은 붉은 화살들로
프리즘의 양끝을 겨냥한다
다다이스트가 정사각형을 검게 칠하며 낄낄대네
나는 기념비의 허무함을 생각하느라
진지해졌는데,
북극과 남극 사이 텅 빈 원통이 찌그러졌다
마네킹의 목덜미에서 초록, 노랑 물감이 흘러내리네
마룻바닥에 남은 흠집과 자국은
당신의 영토로 가는 지도, 때문에 나는
지도를 찍는 사람
두 다리의 끝이 뾰족해져서 컴퍼스가 되었다
액자 속에 오래 갇혀 있는 페인트 자국은
상처처럼
장난감 목마 위에 앉아 나는 내려다보았다
수술 도구들을 집어던진 의사들,
의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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