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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은 - 장미, 시계, 피아노

 

[아침달]새의 이름은 영원히 모른 채, 아침달

 

 

 흰색 위에 흰색을 덧칠하는 것은

 농담이라고 배웠어

 상대방이 웃을 때 따라 웃어주라고 배웠어

 눈물은 채도가 낮은 하얀 색일 것 같았지

 

 장미는 빨개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심장 심장은 시계 위에서 째깍째깍 뛰고 뛰는 사람은 아직 두 볼이 붉은 어린아이

 빨강의 순환

 아주 어린 그 아이는

 

 피아노를 쳤어 흰 건반 위에 덧칠한 것이

 검은색이라서 다행이야

 우리의 음악은 농담이 아니라서

 네가 웃어넘길 때 내가 울어도 되겠지

 

 그것이 사랑이어도 좋겠지

 장미가 이름을 잃고 계절이 수상하게 끝나고

 사나운 발톱이 미끄러운 담벼락을 놓치고 다시 고아가 되어 새빨갛게 울어도

 

 심장은 시계 위에서 정직하게 뛰고 있으니까 괜찮아

 아이는 메트로놈을 원점으로 고정시킨다

 그것을 변주해도 좋겠지

 

 다시, 장미 시계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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