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주머니 속에 숨겨둔 고백을 만져본다
천천히 침을 삼키고
언젠가 이런 감정을 조용히 꺼내 닦아보고 싶었을 것이다
접시를 닦듯 이빨을 깨끗이 닦으며
고요한 주머니 속에서
사방으로 튀어나오는 것들
푸른 양배추와 피곤한 다리와 미로와 조개껍질과 늙은 사내와 잿빛 구름들 그러나
노동의 계절은 닥쳐온다
접시 위에 당신의 잘린 목을 올려놓아야 한다
밤의 심장에 고개를 처박고 창백한 고백을 몰래 만져본다
조용히 침을 삼키며
이빨을 닦듯이 낡은 구두코를 닦고
커다란 검은 주머니 속에서
어제 죽은 새를
꺼내 보듯이
잿빛 돌멩이처럼 울퉁불퉁한 고백들
그리고 오늘의 만찬이 시작될 것이다
먼 곳에서 막 도착한 손님처럼 번쩍이는 강철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광활한 모국어의 식탁 위에서 덜덜 떨면서
커다란 접시 위에
당신의 잘린 목이
다정한 가족처럼 앉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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