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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호 - 닮은 도형 F'

 

천문, 창비 저녁의 기원:조연호 시집, 최측의농간 유고:조연호 시집, 문학동네 암흑향, 민음사

 

 

 

 이 순간만큼은 은밀하고 뻔한

 이명

 손상된 콩팥의 소리

 사람 위에는 사람을 이해한 적 없는 바람이 쌓이고 있는데

 은밀하고 저능한 이명

 

 얼마나 더 자세히 별들은

 오징어처럼 어두운 하늘에 빨판을 매달고

 사라지는 발과 사랑을 나누는 걸까?

 앞으로 만날 계절의 개수는 줄일 수 없지만

 앞으로 사라질 계절의 개수는 정할 수 있겠지

 짧은 입술로 연결된 내 살에

 노래는 최하등급 도장을 찍는다

 

 이 순간만큼은 강에 차가운 지문을 찍는

 물결의 소리

 나로부터 들려오는 몇구절이 없는 공기

 이명

 

 사계절의 철없는 옷을 입고

 빈칸에 닮은 도형 F'를 채운다

 먼 이름과 가까운 이름을 묶기 위해

 귀에서 나쁜 냄새가 났다

 

 혀끝을 치조에 꼭 붙이고

 초성보다 조금 더 뒤로 한번 사라지고 나서

 '가다' '오다' '멈추다'와 함께

 내가 비롯되는 곳

 

 들판은 들판'을 걷는다

 너와 너'는 그들의 입술과 고요히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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