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연호 - 두 발의 시

 

천문, 창비 저녁의 기원:조연호 시집, 최측의농간 유고:조연호 시집, 문학동네 암흑향, 민음사

 

 

 손으로 만들어진 사람이

 손으로 만들어진 사람을 조용히 붙들고 있었다

 

 북쪽 측량 근처

 이모와 함께 작은 여자들은

 근대적인 반성을 처음 대했다

 

 이렇게 고양이 수염 같은 발이 달린 나를 좋아해주다니

 너희들의 위생도 내 것만큼 얇은 것이고

 가방을 열면 청결이 사라지는 걸 바라보게 되겠지

 

 코스모스가 피고 있었다

 서간체 양식으로

 인간을 매료시킨 신의 불손

 소독, 그리고 인체의 시절

 

 착한 사람이며 착한 율법사인 당신

 사람이 원하면 그것은 사람으로 나타났다

 네가 남자와 여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신비의 위치는 알 수 없었다

 

 거기서 하나의 이름이 자기 자신을 불렀다 따뜻한 돌을 안은 변온동물이 먼저 그 이름을 받아가자, 우리의 체온에서 더 넓은 세계가 사라져갔다 그때 너의 코와 귀에 달린 장신구는 성별이 나뉘고 중성을 떠나는 첫번째 꿈이 되었다

 

 신체의 여러 이름은 너무 애절하게 바람을 쥐고 있었기에

 풀은 자기 생식기를 냄새 맡고

 사람과 눈 마주치지 않도록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선행, 그리고 처벌의 시절

 

 입구는 빈집에 남아 떠난 것의 무게를 재고 있었다

 하루에 한 끼씩 나는 지옥을 부러워하고

 지상의 가장 낮은 층이 내게 보여준 것은

 열쇠를 품는 방법

 엄마가 낳은 첫 인간에 대한 생각

 손을 만든 자의 업적은

 떠난 자의 손을 남겨진 자의 손에 붙여주는 것

 

 다섯째 날에 그가 바다에게 이별을 낳으라고 명령했다

 치솟는 이별

 고산병 환자처럼 한 걸음씩 토하고

 한 마리가 여러 마리가 될 때까지

 치솟는 이별

 

 다섯 시간 반을 낙원에서 보낸 사람이 있었다

 그를 위해 낙원은 두 발의 절망을 남겨둔다

 위생, 그리고 모국어의 시절

 

 여섯째 날에 맹인 소녀는 월경 자국에게 말한다:

 속삭임처럼 아래로 걷고 싶어,

 내가 만일 건너편에서 부슬부슬 흩어진다면 그걸 보는 사람은

 자기 하벅지를 힘주어 걸레질하겠지

 

 바람이 검어지는 곳

 두벌식 자판에 가까운 결심

 열심히 선고하는 바람을 지켜보는 나는

 검은 손 안에 잔뜩 들어 있는

 단지 한 개의 혈액형으로만 떠오를 뿐이었다

 

 불모지가 있기 때문에

 불타는 땅은 그리운 세계가 될 수 있었다

 불모지가 없다면 두 발은 돌아갈 장소라는 의미를 몰랐겠지

 다행이다, 불모, 두 발의 위쪽에 달려 있어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연호 - 나의 육종  (0) 2021.02.14
조연호 - 숙주의 예절  (0) 2021.02.13
조연호 - 도래할 生  (0) 2021.02.13
조연호 - 고전주의자의 성  (0) 2021.02.13
김언 - 벤치 이야기  (0) 202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