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서로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죽은 생선을 구워 먹고
살아남기도 하는 사이니까요
허나
형들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그들의 인생이 또한
겨울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는 것이며
그들의 인생이 또한
영혼의 궁둥이에 붙은 낙엽을 떼어주는 것이며
그들의 인생이 또한
자식새끼 키워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속 깊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느님
형들의 사랑을 보세요
점심에 하기 싫으면 저녁 먹고 하자
당신에게 말하고 노래하며
살구를 씻었습니다
기다려 내 몸을 둘러싼 안개 헤치고
투명한 모습으로 네 앞에 설 때까지
살구를 깨물고
과실 속에서 튀어나온 아내라는 시를 윤문하였습니다
여름비 잠시 멈춤
어제 본 아내의 내면은 주먹과 보자기
아내는 미나릿과에 속하는 얼굴로 창가에 앉아 담배를 피웠습니다
살구씨를 한쪽에 모아놓고
그들은 과연 하였습니다
밤마다 꿈속으로 가는 아내의
관자놀이에 거머리 여러마리를 놓아 꿈을 빨게 하였습니다
하여간 인생은
끝과 시작
형들의 슬픔은 점점 커지고 배가 나오고
형들의 기쁨은 점점 넓어집니다 머리가 빠지지요
그들은 21세기
그들은 조선시대에 있습니다
숯불을 사용하고
돼지고기를 익혀 먹고
푸른 군락이라는 방식에 엎드려 있고
그런 생활사 속에서
헛수고를 물리치고
각자의 이불 속에서
역사적인 순간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물러나십시오
광화문에서, 금남로에서, LA한인타운에서
옆사람의 꿈나라
우리들의 천국
주저앉고 싶은 유혹도 많지만
존경과 사랑을 담아
등을 돌리고
들어봐
아내가 믿는 하느님의 나라는
미나리 한상자
들어봐
시에 길라임을 넣어야겠어
그들은 서로를 사회합니다
겨울은 촛불잔치
영혼의 대자보는 떨어져나가도
없는 자식인 셈 치고
시간을 설득합니다
안개를 헤치고 먹고사는 노부모처럼
또한 그들의 투쟁이
살구 한알에서부터 시작되고요
하느님
형들의 사랑을 보세요
허나
형들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말아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은정 - 복화술사 하차투리안 외 4편 (2010 시인세계 신인상) (0) | 2020.11.16 |
---|---|
안병호 - 뼈의 기원 (2010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 (0) | 2020.11.16 |
김현 - 성탄 전야 (0) | 2020.11.15 |
김현 - 블루 (0) | 2020.11.15 |
김현 - 가장 큰 행복 (0) | 2020.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