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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 - 이 시간의 친구들

 

소설을 쓰자, 민음사 모두가 움직인다: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한 문장: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김언 시집, 문학동네

 

 

 재앙은 이미 벌어졌다. 친구들은 서로 관계없이 걷는 방향을 좋아한다. 선호하는 색깔이 다르고 구해서 입는 티셔츠가 다르고 우리는 갈래갈래 노래를 부른다. 나 좀 베껴달라고.

 

 그들은 치유하지 않는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또 태어나서 관객을 이루어 간다. 두 명 중 한 명은 모르는 친구들이며 그들 중 한 명은 나와 똑같은 병명으로 고생한다. 이상하게 이름이 섞여 있다. 한 반에서 만난 친구들이 다른 반에서 만난 친구들과 구분이 되지 않는다.

 

 잔인해질 대로 잔인해지고 우리는 갈래갈래 머리를 기르고 머리가 자라는 방향으로 태양은 굴러간다. 탁자는 나뒹굴고 의자는 산산조각 찢어져서 엉덩이를 찔렀다. 앉아 있으면 누군가 불러 줄 생각으로 목이 말랐을 테지만, 혀가 꼬이면서 우리는 친구들의 문장을 완성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 말이었니?

 

 적당히 묻지 않는 선에서 눈을 크게 떴다. 이야기의 결말은 이미 있었던 것 같다. 재앙으로 시작해서 재앙으로 끝나는 영화. 말미에 내리는 비는 우리를 조금 더 쓸쓸하게 만들었다. 그건 오래전의 사건이며 자연스런 결말을 향해서 간다. 비가 멈추는 날,

 

 날이 개었다. 바람이 멈추는 날 날아갔던 집이 다시 내려오고 친구들의 이름이 출석부에 다시 내려앉고 번호를 되찾았다. 순서대로 앉아서 자기 번호를 자랑한다. 너는 이번이 몇 번째니? 나는 곧 죽습니다. 그리고 예정에 없는 기차를 타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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