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덜커덩 톱니바퀴가 내려놓는 소리였는지 모른다. 그다음에 부는 바람이 정확히 어느 방향이었는지 당신은 모른다. 어떤 형태도 말을 가지지 못할 때 우리는 인간의 입을 빌려서 짐승을 말한다. 자연이 말한다. 비가 말하고 바람이 울고 새는 도착한다. 그들의 어깨가 몹시 피로하다고 말한다. 자유 때문에?
피를 흘리는 종족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 나는 어쩌면 기계 소리를 들었는지 모른다. 무책임하게도 나는 입 밖에서 살고 있다. 한 사람씩 짐승을 얘기한다. 어제 내린 비와 오늘 부는 바람과 모처럼 만난 친구를 어느 굴다리 밑에서 다시 만난다. 우리는 매번 다른 인사를 나눈다. 덜커덩 톱니바퀴 소리를 듣는다. 기차가 아니면 구름이 지나가는 소리였다. 새가 아니면 어깨가 부딪히는 소리였다. 터널을 지나서
열차가 도착하고 있다. 구름이 제시간에 맞춰 왔다. 당신이 책임질 수 있는 말들과 내가 책임질 수 없는 말들이 교묘하게 맞아 들어간다. 마침내 자유를 떠난다. 기계 소리에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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