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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 - 건너편 카페와 우리 집 사이

 

소설을 쓰자, 민음사 모두가 움직인다: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한 문장: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김언 시집, 문학동네

 

 

 건너편 카페에서 우리 집을 볼 때

 우리 집은 안 보인다

 우리 집에서 건너편을 바라볼 때도

 카페는 안 보인다

 우리 집과 카페 사이에 건너편의

 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건물보다 높은 옥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건너편의 공터가 있어서

 우리 집과 카페 사이에

 바람이 지나가는 것도 아니다

 바람이 몰고 가는 육중한 안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호수가 있어서 물결이 이는 것도 아닌

 건너편 카페와 우리 집 사이에

 가로수와 가로등과 밤새도록 질주하는

 자동차가 있는 것도 아니다

 먼지 한 점 없는 건너편 도로에는

 밤새도록 불을 밝힌 도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새로 생긴 영화관이 있는 것도 아니며

 목소리를 닮아 가는 연인들의

 어두컴컴한 공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원 위에 불쑥 솟은 언덕이 있는 것도 아니며

 주말마다 등산하는 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허공을 질주하는

 비행기가 있는 것도 아니며 궤도를 벗어난

 인공위성이 떨어지는 먼 바다가 있는 것도 아니다

 둘 사이에는 아무것도 들어갈 장소가 없다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 건너편 카페와 우리 집 사이

 한 사람이 들어가서 마주 본다

 말없이 건너편이 되어 가는 우리 집과 그 카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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