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레텔 부인을 죽였나
자줏빛 스카프가
내가 아름다운 두팔로
그녀를 목 졸랐네, 라고 말했네
누가 그녀가 죽는 것을 보았지?
마룻바닥이
내 커다란 눈으로
떨어지는 핏방울들을 보았네, 라고 말했네
누가 그녀의 피를 가져갔지?
양탄자가
내 고운 실들이
그녀의 피를 먹었지, 라고 말했네
누가 그녀를 운반하지?
쓰레기통이
그녀를 토막내준다면
내가 운반하지, 라고 말했네
누가 그녀를 토막내지?
가위가
그녀가 종이처럼 얇게 마른다면
내가 자르지, 라고 말했네
누가 그녀를 말리지?
먼지가
그녀가 기억마저 잃었다면
내가 그녀를 감싸안고 까맣게 말리지, 라고 말했네
누가 그녀의 기억을 가져가지?
그림자가
그녀가 쓴 노트들을 태운다면
내가 모든 기억을 데리고 달의 뒤편으로 가지, 라고 말했네
누가 그녀의 노트들을 태우지?
태양이
그녀의 눈알들을 준다면
내가 노트들을 불살라버리지, 라고 말했네
누가 그녀의 감은 눈꺼풀을 열고 눈알을 뽑지?
음악이
그녀의 목소리를 준다면
내가 그녀를 눈뜨게 하지, 라고 말했네
누가 그녀를 깨워 노래 부르게 하지?
고통이
그녀가 지금도 나를 기억한다면
내가 그녀를 일으켜세워 노래 부르게 하지, 라고 말했네
그레텔 부인은 하루 온종일 노래 부르네
누가 그레텔 부인을 죽였나
누가 그레텔 부인을 죽였나
누가 내 사랑스런 그녀를 죽였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성은 - 환상의 빛 (0) | 2021.02.02 |
---|---|
강성은 - 봄 (0) | 2021.02.02 |
강성은 - 성탄전야 (0) | 2021.02.02 |
강성은 - 스물 (0) | 2021.02.02 |
강성은 - 누가 너희를 이곳에 넣었니 (0) | 2021.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