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사라지면 말이 사라질 거라고 했었지. 그러나 말이 사라지기 전에 모두가 죽네. 죽어버릴 테지. 그리하여 그것이 이루어졌네. 거울에 빠져 익사한 지 8년째. 환상 속에서 나는 안전하네. 나는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해 비교적 만족하고 있지. 우리의 악기가 늙어갈 뿐이고 노래하던 목소리들이 하나둘 줄어든다 하더라도. 자네는 또 밤새 나의 악기를 어루만졌군. 보게. 병만 진보하네. 우리가 함께 외우던 이국 신들의 이름들. 그 이름들의 평화 속에서 영혼은 그저 썩어갈 뿐이지. 정말 신비스러운 것은 우리가 그저 늙고 그저 죽을 뿐이라는 사실이네. 우리는 신비주의자. 우리는 비관주의자. 우리는 비겁한, 무지한. 이 피리를 보게. 온몸이 구멍이네. 손가락이 모자라네. 이제는 다른 식으로 호흡해야 하네, 붉은 우리의 회색처럼, 폭설 속에 피어난 저 붉은 이빨의 목련이 질긴 진실들이라 하더라도. 지겠지. 모두 지고 말겠지. 이젠 아무리 거울을 닦아도 내가 보이질 않네. 난, 보고 있네, 거울이 얼마나 느리게 깨어지고 있는지를, 거울 안에서 유황칠을 지우고 있는 내 손톱의 참담한 부드러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