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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 - 마치

 

마치:이수명 시집, 문학과지성사 물류창고:이수명 시집, 문학과지성사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수명 시집, 문학과지성사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이수명 시집, 문학동네 [민음사]횡단 (이수명 시론집), 민음사

 

 

 내 마음이 죽은 잎들을 뒤집어쓰고

 마치

 죽은 잎들이 서 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구나 꿈속에서 처음 보는 접시를 닦고 있구나 접시를 아무리 가지런히 놓아도

 마치

 죽은 잎들이 땅을 덮으리

 죽은 잎들이 땅을 온통 덮으리

 그러면 실시간

 그러면 거리에는

 마치

 어디서부터 온 건지 알 수 없는 알록달록한 숄들이 늘어서고

 숄을 걸친 어깨들이

 마치

 다른 요일로 건너가고 있구나

 다른 입김을 내뿜으며 돌아다니고 있구나

 마치

 흘러넘치듯이

 끝없이 부풀어 오르듯이

 그러면 나는 마치 꿈꾸고 난 후처럼

 하얀 양들을 보러 가요

 양 떼들이 별안간 걸어 나오는 것을 보러 가요

 마치

 여기를 묻어버려요

 여기가 떠내려가요

 내 마음이 죽은 잎들을 뒤집어쓰고

 

 죽은 잎들이 땅을 덮으리

 죽은 잎들이 땅을 온통 덮으리

 마치

 꿈꾸고 난 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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