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언뜻 지면을 스쳐 간다.
뛰어내리기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부딪히지 않아서 창문이 흔들리지 않아서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서 흥얼거리고 돌아다녀서 모르는 사람의 모르는 혀이기만 해서 느릿느릿
떨어지고 있었는데
나는 하나의 지면을 펼쳐 든다.
내가 부딪히기 전에 이토록
갑작스러운
지면에 당도하고 싶다.
지면을 뒤덮도록 머리를 길러야지 온갖 희열을 벗어버리고 외투를 벗어버리고 오늘은 손가락이 있다고 말한다. 손가락이 돋아난다고
지면이 명령을 내리고
지면을 사정없이 찍어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곡괭이, 드릴, 불도저가 무조건 지면을 깨뜨리고 말지 어디에서나 연장일 것이며 연장을 빌려드립니다.
숨을 고르게 펴고 처음 보는 카탈로그를 펴 들고
나는 주문을 받고
돌아다닌다.
누구의 등인가
구부러지며
지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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