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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 - 시소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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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시소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다시 시소가 난데없이 놓여 있다.

 다시 여기가 저기에 닿는다.

 머리 위로 숨을 쉬어봐 목숨을 잃고 걸어봐

 어떤 낮잠은 숨기고

 어떤 낮잠은 가만히 만지작거려본다.

 우리는 잠으로 하얗게 이어져 우리를 그만두는 사람들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숨 쉰다.

 빛과 소리를 알지 못하게 될 때까지 시소와 헤어질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다가온다. 다가오지 못하는 것이 온다.

 바깥에 섰을 때 바깥은 단칼에 베어진다.

 바깥을 모두 잃었다.

 다시 여기로 떨어져 내리는 중이다. 다시 여기저기

 메마른 입이 있다.

 지나가는 숨을 쉬어봐 숨 쉴 필요가 없는 곳이기에

 우리의 시소가 놓여 있기에

 우리는 난데없이 놓여 있다.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시소여서 나는 사이좋게 깨어진다.

 사방으로 피부가 도착할 것이다.

 사방으로 피부가 확고해질 것이다.

 숨을 쉬어봐 숨을 잃고 양쪽으로 동시에 기울어봐

 분별을 모두 잃었다. 다시 시소는

 시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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