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수명 - 팔을 들고

 

마치:이수명 시집, 문학과지성사 물류창고:이수명 시집, 문학과지성사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수명 시집, 문학과지성사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이수명 시집, 문학동네 [민음사]횡단 (이수명 시론집), 민음사

 

 

 팔을 들고 풀이 죽어

 너는 서 있다. 팔을 들고 석탄을 끌면 좋을 텐데

 비슷한 것들을 비슷한 통에 담고

 비슷한 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팔들과 뒤섞이고

 위험이 닥쳐오고

 위험은 너를 펼치는 새로운 단위가 된다.

 새로운 단위 새로운 헝겊

 새로운 눈금과 눈금

 사이에서 비슷한 눈금을 가리키고

 누구의 팔과 화해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그의 팔을 끼고

 팔은 언제라도 끝나면 좋을 텐데 이토록 불친절한

 머리카락이 고여 있는

 

 석탄을 씹는다. 입안 가득한 석탄을 소리치면 좋을 텐데

 석탄이 아주 많아서

 문득 대답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팔을 들고 너는 너의

 스쳐 가는 또 다른 팔을 발견하기로 한다.

 네가 굳어지기 전에 흘러나오는 팔

 너는 불현듯 굳어지려고 하는 것이어서

 솟구치는 팔을 들고

 이 끝없는 불확실을 끝없이 늘려가고

 불확실과 한편이 되고

 무엇을 향한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시위를 하고

 팔을 들고

 문득 이파리, 이파리들을 가지려 하는 나무처럼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수명 - 나는 연결된다  (0) 2021.01.25
이수명 - 누워 있는 사람  (0) 2021.01.25
이수명 - 이 건물에 대하여  (0) 2021.01.25
이수명 - 나무에 올라갔는데  (0) 2021.01.25
이수명 - 대부분의 그는  (0)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