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극장의 벽은 탄식 읊조림 나직한 대화들을 걸러낸다.
고아서 체로 받친 어죽처럼 웅성거림만 새어나온다.
어두울수록 잘 보이는
이곳에선 눈을 감아야 한다.
너무 흐릿해서 의심할 수 없고
너무 분명해서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들.
이를 뽑고 잇몸이 파헤쳐진 자리를
혀끝은 맹렬하게 파고든다.
슬퍼서 흘린 눈물에서도 짠맛을 느낀다.
호기심은 아픔과 뒤섞이면서 더욱 집요해진다.
바늘을 집어야 하는데 손이 점점 커지고
비명을 지르지만 소리가 나지 않으며
천둥처럼 엉엉 울며 애원해도 놔주지 않는다.
발목이나 손목의 시큰거림을 증거로 돌려받는다.
그녀는 이 극장의 주인이고 감독이며 주연배우다.
미망 속으로 홀연히 걸어들어온 한 사내를 만나지만
만지려고 하는 순간 컴컴한 스크린이 되어버리는 이야기
나는 문밖, 극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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