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뜨거운 주먹을 내밀어요
결말은 전멸을 향해 달려가고
나는 알을 낳듯 괴로워요
속이 보이지 않는 상자나
핵심이 사라진 바위처럼
머리를 내놔
속을 뒤집어봐
우리는 종종 속셈을 읽기 위해 목숨을 걸죠 수없는 경우의 수를 연습해요 계획은 치고 빠지는 것 모든 경우의 수가 바라는 건 단 하나니까 경우의 수를 모두 버려도 하나는 남으니까
그는 쳐요, ......속이 상해서
나는 숨죠, ......속이 없어서
식은땀을 흘리며 오수를 지나가면
어두운 하수가 발목까지 차오르고
이봐요
살아 있나요
옷장을 열면 멍든 나뭇잎들이 발치로 쏟아져요
거기, 살고 있나요
걸을 때마다 부서진 뼈들이 나를 따라와요
얼굴을 지우고 만 년만 눈 쪽으로 걸어간다면
......살 텐데
......좋을 텐데
확률은 명쾌하지만 경우의 수는 무한하고 계획은 많았지만 대부분의 미래는 오지 않았죠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할 우리는 다만 주사위처럼 굴러가요
벽은 여전히 무너지는 연습을 하고
넘어진 사랑은 또다시 넘어지겠죠
살아 있어서
살고 있어서
거의 모든 것의 세계가
죽은 줄도 모르고 끝없이 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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