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들이 얼어붙는 계절
테이블 위의 두 손을 뒤집으면
칼과 지팡이와 컵
베인 손가락을 입에 물 때마다 돌아온 내가 떠나는 나를 돌아본다는 생각, 타버릴 숲에서 타버린 새가 울고 있다는 생각, 빨고 도는 생각
모자 안에는 병든 비둘기
뭐가 되기 싫어 눈도 코도 입도 없는 사람
그러고도 사람이라고
그러고도 사람이라니
달아나도 멀어지지 않는 꿈을 꾼다 꿈을 뒤집을 때마다 바람과 불과 물의 나날
털갈이하는 짐승처럼
얼굴, 날린다
한곳을 오래 보고 있으면 둘이 되고 셋이 되었다 가끔 안을 도려내고 바깥이 되기도 했다 찍을 발등이 없어서, 찍힐 얼굴이 없어서, 넷이 됐다가 아예 없어지기도 했다
피로와 추위 속에서
추위와 그늘 속에서
나갈 수 없는 마음과 돌아올 수 없는 사람 사이에서 귀는 가장 마지막에 닫힌다 닫힌 어제는 다른 것이 되었다
내일은 다시 흙과 물과 불의 시간
아무리 휘저어도 녹지 않는
얼굴이
얼굴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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