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배가 불러서
숨을 쉴 수가 없죠
공이 되어볼까요
굴러가다 보면,
엉겅퀴를 목에 감고 굴러가다 보면
소녀는 어른이 되고
소년은 늙은 소년으로 자라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되어
똑똑
당신은 나를 두드리죠
그때마다 나는
뚝뚝
떨어져요
드러누운 새처럼
드러누워 흙 속에 묻힐 새처럼
서쪽 구름이 붉게 찢어질 때면
발밑을 오래 바라봐요
새가 묻혔을까 봐
죽은 새를 밟았을까 봐
가슴에 손을 얹으면 할 수 없는 말들이 있고
무릎을 꿇으면 해야 할 말들이 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오늘은 내가
나를 지울래요
누군지도 모르는 내가
배부른 나를
물러가지 않는 햇빛 속에서
어디에도 있는 그늘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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