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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재 -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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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선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제자리 뛰기를 했다

 

 습관처럼 창문은 높고

 바닥은

 끝 간 데 없었다

 

 우리는 물속에 언 발을 담가놓고 나왔다

 누군가는 묻고 누군가는

 답해야 하니까

 

 뛰어오를 때마다

 바람이 길을 건너갔고

 솟아올랐던

 허공이 천천히 가라앉는 동안

 

 말없이

 

 우는 새가 우는 새를 부르거나

 수족관의 물고기들은 엎드려 잠을 잤다

 

 어깨가 없어서

 혼자 울고

 혼자

 깨어났다

 

 이제는 뭘 해야 하지

 내가 중얼거렸을 때

 

 우리는 마주 보고 팔을 흔들었다

 이쪽과 그쪽이 생길 때까지

 

 햇빛을 통과한 새가 그림자를 떨어뜨린다

 

 발이 걸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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