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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 엑스트라

 

바나나의 웃음:최호일 시집, 중앙북스

 

 

 이 한여름에

 두꺼운 옷을 껴입고 우리는 웃는다

 여름날 당신의 입술과 내 손가락 사이로 내리는

 눈송이들

 혀가 혀를 빨아 먹으며

 바위 사이에서 커다란 뱀과 여자와 허벅지가 튀어나올 때

 주인공은 홀로 용감하다

 대기 속에는 진짜 총알이 들어 있고

 

 여섯시에 총을 맞아야하므로

 우리는 그녀를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내일은 지퍼가 열린 줄 모르고 들고 다니는 트렁크 속에서

 가면과 시체가 쏟아질 것이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영화처럼

 저녁이 오고

 화면엔 보이지 않지만 쓰러진 술잔이 있다

 그것이 어두운 소리로 굴러떨어져 강가에 닿을 무렵

 겨울이 와야 한다

 여름에 내리는 눈송이처럼

 

 내 몸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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