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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 하얀 손이 놓고 간 것

 

바나나의 웃음:최호일 시집, 중앙북스

 

 

 죽어서 사탕이 된 여자같이

 어느 페이지를 찢어 벽에 걸어놓고 싶은 시간이 있다면

 입속에 넣고 싶은 시간도 있다

 

 이것은 구름만 한 무늬의 단순하고 가장 먼 부분

 고요한 바늘이 내려와 눈썹을 찌를 때

 

 잠깐 졸다가 바닥에 떨어뜨린 잠을 줍는 것처럼

 

 레깅스 입은 여자의 발목을 보네

 점점 위로 더 굵은 쪽으로, 그래서 붉은 곳 위로 올라가면

 우리는 너무 많은 팔과 다리를 가지고 있고

 

 창밖이 있고 구름이 있다

 

 여기는 잠인가 여자인가

 

 뒤꿈치를 잠시 들고

 하얀 손이 모르고 놓고 간 손가락 같이

 뇌는 아직 반죽이 덜 된 밀가루처럼 형체가 사라진다 시간의 손목이

 물에 풀어져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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