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후에도 열두시가 있을까 나는 없고
열두시만 있을 것
고양이같이 까만 열두시가 있고
모자와 옷을 벗어 걸고 구름 사이로 다리를 조금 벌리고 누워 있는 여자가 있을 것 같다 그걸 새로운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고 창밖에는 거짓말로 날아가는 비행기
고양이가 그걸 모를 리 없지
나는 보는 중이다 길을 가다가 꽃잎과 다른 꽃잎이 떨어지는 걸 보다가
이상한 것이 천천히 다가오는 순간을
우리는 발목이 없구나
백 년 전 조용한 원형으로 들어 올려지거나 구덩이에 빠지듯
이런 순간을 고양이가 놓고 간 그림이라고 말할까
눈은 없지만 눈물이 난다
슬픔을 사용하기 위해 사다 놓은 인형처럼
표정이 있는 아이스크림이 필요하겠지
나는 가로수와 꽃과 내일, 그리고
찻집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다
터벅터벅 걸어가
그림 속 담배 연기의 형태로 매일 죽는다 뺨을 때리면
열두시에 없어지는 손바닥같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호일 - 하얀 손이 놓고 간 것 (0) | 2021.01.18 |
---|---|
최호일 - 정전 (0) | 2021.01.18 |
최호일 - 기분으로 된 세계 (0) | 2021.01.18 |
기혁 - 숲길 (0) | 2021.01.18 |
기혁 - 미세먼지 (0) | 2021.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