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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혁 - 몽타주

 

소피아 로렌의 시간:기혁 시집, 문학과지성사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기혁 시집, 민음사 베개 3호, 시용 언.어.총.회, 테오리아

 

 

 떠돌이 약장수가 부리는 차력사들이

 프레임을 부순다

 초당 스물네 장의 부적을 팔면서

 

 가짜 영지버섯을 주워 먹은 아이는

 아버지의 멱살을 잡고

 유대인이나 말갈족의 표정을 짓는다

 

 오늘의 상영작은 산송장

 나도 지나간 날에는 배우를 꿈꾸고 살던 때가 있었단다

 

 수프를 보고 기뻐하는 연기와

 태양을 보고 기뻐하는 연기 사이에서

 

 스스로 목젖이 돋아버린 네거티브 필름 한 롤

 

 어째서 사랑조차 내게 오면 일용할 양식이 되고 마는가

 아이의 눈동자 속 살아 있는

 송장을 찾으러 온 차력사가 분주하다

 

 아버지의 두 눈을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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