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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혁 - 무연탄

 

소피아 로렌의 시간:기혁 시집, 문학과지성사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기혁 시집, 민음사 베개 3호, 시용 언.어.총.회, 테오리아

 

 

 악몽을 꾸지 않아도 두터워지는 설태처럼 나날이 어두워지는 아랫목

 수십 개의 눈으로 충혈된 연탄이 사람의 낯빛으로 식어간다

 

 뭉칠수록 단단해지는 하드 밥의 눈이 내리면 재로 변한 이목구비를 가진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온다 두 덩어리로 눕는다

 

 뜨거움이란 가장 높은 온도에서 흰빛을 내는 것 눈사람의 냉가슴을 위태롭게 쌓아 올리고 또다시

 두근거릴 순간을 고대하는 것

 

 고대 지층의 핵심을 품고서야 겨울을 보낼 웃음을 가졌지만

 입맞춤할 체온은 두 번씩 찾아오지 않는다

 

 무심한 곁눈질에도 진창으로 화답하던 뒷골목의 나날들

 

 젖은 눈을 뭉치던 아이가 운다

 녹아내린 심장 위로 얼룩무늬 스웨터를 벗어 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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