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눈이 마다가스카르 앞바다에서 태어난 구름이라고 생각하면
희망봉 설산의 용을 만난 것 같고, 용을 타고 날아가 스리랑카 홍차로 목을 축인 것도 같고, 인도차이나반도의 거북 껍질로 점괘를 얻은 것만 같다.
숨소리 낭랑한 지붕 위에서 팔짱 낀 중년의 머리끝에서 꾸벅꾸벅 여백을 옆에 앉힌 아가씨에게도
세계의 모든 모서리마다 이부자리를 까는 숫눈.
인도양 너머 동글동글한 새벽이 오면 발자국을 찍을 수 있을까?
종점에 두고 온 꿈결들을 깨울 수 있을까?
팡팡팡 한국산 눈물이 쏟아진다. 우리는 마다가스카르 펭귄처럼 고개를 들고 눈사람의 진심을 그리워한다.
그가 믿었던 중력에 대하여
되돌아갈 팔과 다리에 대하여
목적지가 얼어붙은 환승 센터에 가면
당신도, 나도 갈 곳이 있다는 거짓말.
마다가스카르에는 고향이 없다.
동지라고 부르는 투명한 일들과
남반구를 떠올리는 가정법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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