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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혁 - 남반구

 

소피아 로렌의 시간:기혁 시집, 문학과지성사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기혁 시집, 민음사 베개 3호, 시용 언.어.총.회, 테오리아

 

 

 저 눈이 마다가스카르 앞바다에서 태어난 구름이라고 생각하면

 희망봉 설산의 용을 만난 것 같고, 용을 타고 날아가 스리랑카 홍차로 목을 축인 것도 같고, 인도차이나반도의 거북 껍질로 점괘를 얻은 것만 같다.

 

 숨소리 낭랑한 지붕 위에서 팔짱 낀 중년의 머리끝에서 꾸벅꾸벅 여백을 옆에 앉힌 아가씨에게도

 세계의 모든 모서리마다 이부자리를 까는 숫눈.

 

 인도양 너머 동글동글한 새벽이 오면 발자국을 찍을 수 있을까?

 종점에 두고 온 꿈결들을 깨울 수 있을까?

 

 팡팡팡 한국산 눈물이 쏟아진다. 우리는 마다가스카르 펭귄처럼 고개를 들고 눈사람의 진심을 그리워한다.

 

 그가 믿었던 중력에 대하여

 되돌아갈 팔과 다리에 대하여

 

 목적지가 얼어붙은 환승 센터에 가면

 당신도, 나도 갈 곳이 있다는 거짓말.

 

 마다가스카르에는 고향이 없다.

 동지라고 부르는 투명한 일들과

 남반구를 떠올리는 가정법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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