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다 갑니다
동물 귀 머리띠를 쓴 여자애들이
부활절 달걀처럼 나란히 놓여 졸고 있다
입을 벌리고
묵음을 운반하던 열차가 떠오른다
빨간 폭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봐요 애가 울잖아
네 울음이 입술의 짓인지
목구멍의 짓인지 알려주렴
왜 우는지라도 알려주렴
아무래도 내 애가 아닌 것 같아요
제발 자라 제발 자라 제발 자라
입술을 닫아두어도
시커멓게 열린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미끄러지는 어린 양들
그림자를 깔고 앉아서
다릿심이 붙어도 일어나지 않는다
문득 자다 일어나 빵 봉지를 뜯는 사람
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삼키려고 입을 닫는 모양
입가에서 카스텔라가 죽죽 흘러내린다
두고 오는
고대인의 장례 풍습처럼
문이 열리면 바깥에서 안으로
빛이 던진 뜨거운 장대
내릴 사람들이 그 사이를 빠져나간다
나는 볼펜 꼭지를 누르지 않고 받아 적어보았다
손바닥 위에서 목장을 벗어난 검은 양들이 울고 있다
뭐라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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