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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 나를 위한 편지

 

온:안미옥 시집, 창비 힌트 없음:안미옥 시집, 현대문학 지정석(2019 제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기린과는 멀리 있을수록 좋다. 도마 위에는 화살표들을 쏟아놓고, 오래 신은 발을 일부러 놓쳐볼 것. 다른 곳에는 다른 것이 있다고 믿겠지. (...) 다른 것은 이곳에 있다. 낡은 수첩의 다음 페이지를 넘길 때. 어제 입은 옷을 세탁기에 집어넣을 때. 아픈 팔을 기어코 어깨에 달고 있을 때. 그림자를 자주 보고, 뜀틀에 손을 짚고 두번, 세번 만에 넘어볼 때. 혹은 넘지 못할 때. 사과의 맛을 구별해낼 때. 누군가에게는 괜찮다는 말, 익숙한 것들을 실제로 말해볼 때. (...) 불 꺼진 복도에 불을 켜고. 고개를 돌린 사람과 마주 보게 되고. 시계, 침대, 문, 계단이 열리면. 이곳에는 다른 것이 있다고 믿겠지. 시작은 언제든지 시작된다. 바보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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