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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 톱니

 

온:안미옥 시집, 창비 힌트 없음:안미옥 시집, 현대문학 지정석(2019 제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어린 나는

 무너지는 마음 안에 있었다

 

 무너지는 것이 습관이 된 줄도 모르고

 무너지고 무너지면서

 더 크게 무너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주저앉을 마음이 있다는 건

 쌓아올린 마음도 있다는 것

 새가 울면

 또다른 새가 울었다

 

 또렷하게 볼 수 있다면

 상한 마음도 다시 꺼내볼 수 있을까

 도마 위에 방치된 생선이나

 상온에 오래 놔둔 두부처럼

 상한 것은 따뜻하고

 상한 것은 부드럽게 부서진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은

 감당할 수 없는 일로 남아

 마음을 놓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빛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물을 찢으며 들어간다

 어린 나는 그것을 보고 있다

 

 손바닥이 열려

 흐른다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아침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두꺼운 이불을 덮고

 맞물리며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했다

 

 덜 자란 나무는 따뜻할 수 있다

 한번 상하고 나면 다음은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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