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사람들은 비틀린 목소리로 말하고 휘어진 거울을 달고 다녔어. 어떻게 해야 좋은 마음이 되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잔재, 잔재들. 긁어모으면 커지는 줄 아는 사람. 눈물의 모양을 감춰둘 수 없어서 다 깨뜨렸다. 거울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자기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 물살이 멈추지 않았다.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표정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눈앞에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빛. 살아남자고 말하면서 흩어지는 잎. 머뭇거리고 머뭇거리는 일. 밖에서부터 안으로 목소리들이 들어온다. 비워두었던 공간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슬픔에 익숙해지기 위해 부드러움에 닿고자 하는 마음을 버렸다. 잘못을 말하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닫아버렸다. 마른 꽃을 쌓아두고 겨울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주 작은 연함,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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