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걸음을 걸어서
컵 위에, 냉장고 위에 안경을 놓는다
그럴 때 안경의 여행은 길다
콜 니드라이 나무 위에도
나는 안경을 놓는다
나의 죽은,
죽어서 살아 있던 나무
안경은 보지 않고 보인다
까만 아기 양처럼
온순하게 자리에 놓여 있다
누군가 내게 안경을 쓰라고 하지만
그건 안경을 보라는 말일까?
나무는 안경을 쓰고 무엇을 볼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안경에 비친 눈물을 본다
죽은 나무의 눈빛이
내게 들어와
그와 눈을 맞추고
살결에 입을 맞춘다
나무의 여행은 오래되었고
그 숨결은 거칠다
누군가 그를 통해 나를 본다면
울고 있구나
햇빛이 너를 통과해서
웃고 있구나
죽은 나무에게 숨을 얹는다
그가 나보다 더 먼 여행을 할 것이기에
언젠가 그의 날에
그는 내게 걸어와 안경을 건네겠지
우주처럼
빛나는 안경을
살아 있는 그림자를 나는 볼 것이다
그 사랑을
사라지는 빛은 노란색이고
그림자는 검고 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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