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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하 - 꿈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박시하 시집, 문학동네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박시하 시집, 문학동네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 : 고양이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9791189467210, 권민경,김건영,김승일,김잔디,김하늘,박시하 등저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알마 지하철 독서 여행자, 인물과사상사

 

 

 우리는 예배당으로 수레국화를 가져갔다 보랏빛 꽃을 흐르는 물에 하나하나 잘 씻어야 했다 예배당은 넓어서 끝없이 많은 수레국화가 필요했다 그게 다 어디서 났을까 그건 아마도 끝없이 흐르는 눈물에 대한 수수께끼, 우리는 누군가의 영혼에서 수레국화를 꺾어왔으니 예배당은 보랏빛으로 덮여갔다 우린 말을 나누지는 않았다 말보다 오래가는 것들을 숨죽여 기다리며 예배당에 수레국화를 내려놓을 뿐이었다 꽃의 시신들이 예배당 가득히 놓인 그때부터 시간은 끝을 향해 가지 않았다 갑자기 예배당에서 육중한 찬송가가 울려퍼졌다 우리는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으나 이미 놓인 수레국화들을 어찌할 수 없었다 그 얼굴들이 너였기 때문에 나는 눈을 감으려 했다 감기지 않는 눈을 손으로 가리려 했다 누군가 내 손을 가져다 흐르는 물에 씻고 있었다 흰 예배당 벽이 헐렸다 우리의 꺾인 발목 앞으로 푸른 강물이 다가와 넘실거렸다 죽음이라는 강폭을 가진 강물, 어디론가 어디론가 끝없이 흘러갔다 멀리서 석양이 지고 금빛 햇살이 잠깐 우리의 보랏빛 고운 얼굴을 어루만졌다 우리는 느린 숨을 쉬며 아름다움 쪽으로 시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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