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하려고 일어났다가 오랜만에 쏟았다
내가 하도 울어서 바다가 생겼다
멍든 물을 뒤지다가 바람을 쓰러뜨렸다
파도도 내가 그랬다
온통 평상인 섬에서
마음을 들키며 살고 있었다
향기 없이 무게만 남은 것들을 모아
무너진 가방 속에 막내로 넣어두는 일을 하였다
향기가 없는데도 가방 안에 잘 담겨서 쉬운 일이었다
평상에 누워 전신을 떨 때면
구겨지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늘 땀도 조금씩 났는데 한국식 땀은 아니었다
혼자인 모습을 바지 추켜올리듯 추켜올렸다
하루종일 숨어 지낸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밖엘 나갔고 누군갈 만났지만 말을 별로 하지 않았으니
숨어 지냈다고 할 수 있겠다
음악이 입을 다무는
저녁 일곱시
눈에 경련이 왔고
한 사람의 얼굴이 득달같이 달려들었으나
알아보지 못했으므로 섬의 뿌리를 파먹었다
나방을 먹는 느낌이었다
저녁 일곱시
섬은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원하 - 나를 받아줄 품은 내 품뿐이라 울기에 시시해요 (0) | 2020.12.25 |
---|---|
이원하 - 내가 나를 기다리다 내가 오면 다시 나를 보낼 것 같아 (0) | 2020.12.25 |
이원하 - 말보단 시간이 많았던 허수아비 (0) | 2020.12.25 |
이원하 - 코스모스가 회복을 위해 손을 터는 가을 (0) | 2020.12.25 |
이원하 - 가만히 있다보니 순해져만 가네요 (0) | 2020.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