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이 평소와 달라서
저녁에 나가려 했으나
대낮에 발 벗고 나섰답니다
발 벗고 나선 해변에
이미 발 벗고 나선 사람의 발자국
발자국은 왜 사람을 따라가지 않았을까요
발자국은 언제까지 제주에서 살 수 있을까요
짙어져가는 걸 거스르면
옅어질까요?
물 한 모금만 마실게요
두 손에 없는 건
두 눈이 가질 수 없나봐요
저물어가는 해 아래서
섬은 지워져가고
내 눈엔 얼룩이 뜨고
더이상 섬에게 미련이 없어요
짙어져가는 걸 거스르니
깊어지네요
깊어지니 무럭무럭 별이 피네요
밤하늘엔 별만 백 송이
나는 침착만 백 송이를 가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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