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정화조 뚜껑을 열어 천국을 확인한다. 뚝방길로 사생대회 나온 아이들이 바람 몇 가닥을 밑그림으로 그린다. 바람의 색감은 굵은 몇 줄의 온통 비천함. 드라이플라워처럼 거꾸로 매달려 풍경들이 말라 간다. 내 농담 말에 찰흙 인형처럼 웃던 엄마를 처음 만난 곳. 물결이 그러하듯 처음 흔들린 곳에서 너무 멀리, 沼는 아이들에게 칙칙한 갈색 크레파스를 골라 준다. 빨간 새끼 거미들을 꺼내 놓고 흰 거미 알들이 하나씩 빈 상자가 되어 간다. 한평생 여름과 대화해 보지 못했을 푸른 나무 잎새들이 도화지 안쪽에 빼곡히 자란다. 울던 엄마를 따뜻한 열매 속에 처음 넣어 준 곳, 도화지 위에 허무하고 붉은 꽃이 완성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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