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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순 - 지평선

 

당신의 첫, 문학과지성사 날개 환상통:김혜순 시집, 문학과지성사 피어라 돼지:김혜순 시집, 문학과지성사 슬픔치약 거울크림:김혜순 시집, 문학과지성사 어느 별의 지옥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 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한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낮과 검은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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