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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미 - 알비레오 관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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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비레오 관측소에 가서 별을 보고 싶은 두통이 심한 밤이다

 

 거문고자리의 별을 이어보면 이상하게도 물고기가 나타나는 것처럼 

 지금의 나를 지난 시간의 어느 때와 이어보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

 

 그걸 보려면 더 멀리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그렇게 멀리 갔다 되돌아와도 여전히 나일 수 있을까

 

 지금은 단지 고열에 시달리고 있고 생의 확고부동과 지루함에 몸져누웠을 뿐이다

 

 입술이 갈라 터진 것뿐인데 아는 말을 반쯤 잃어버린 것 같다

 아무래도 좀더 먼 곳에서, 거문고자리의 물고기를 발견하듯 이 두통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일치하기 힘든 몸이고 살이다

 알비레오 관측소까지 가야만 하는 고단한 생이다

 

 아주 멀지는 않다, 두어 번 더 입술이 터지고 신열을 앓다 봄의 꽃잎처럼 아주 가벼워지면 될 것을

 

 몸이 돌이킬 수 없는 어떤 다른 자리로 가버릴 수도 있다

 살이 기억을 야금야금 잡아먹는다

 

 나는 여기서 지난 슬픔을 예견하고 다가올 사건을 복기해보며 내게 주어진 고통과 대면하겠다

 

 모든 통증은 제각기 고유하다 백조가 물 위를 날아가듯 천천히 여기, 이 자리에서 회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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