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용미 - 연두의 회유

 

당신의 아름다움:조용미 시집, 문학과지성사 나의 다른 이름들:조용미 시집, 민음사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조용미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억의 행성, 문학과지성사

 

 

 당신과 함께 연두를 편애하고 해석하고 평정하고 회유하고 연민하는 봄이다

 

 물에 비친 왕버들 새순의 연둣빛과

 가지를 드리운 새초록의 찰나

 

 당신은 연두의 반란이라 하고 나는 연두의 찬란이라 했다 당신은 연두의 유혹이라 하고 나는 연두의 확장이라 했다

 

 당신은 연두의 경제라 하고 나는 연두의 해법이라 했다

 

 여러 봄을 통과하며 내가 천천히 쓰다듬었던 서러운 빛들은 옅어지고 깊어지고 어른어른 흩어졌는데

 

 내가 아는 연두의 습관

 연두의 경계

 

 연두의 찬란을 목도한 순간, 연두는 물이라는 목책을 둘렀다

 

 저수지는 연두의 결계지였구나 당신과 함께 초록을 논하는 이 생이 당신과 나의 전생이 아닌지도 모른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용미 - 시라쿠사의 밤  (0) 2020.11.28
조용미 - 흰색에 관한 말  (0) 2020.11.28
조용미 - 당신의 아름다움  (0) 2020.11.27
조용미 - 알비레오 관측소  (0) 2020.11.27
조용미 - 비가역  (0) 2020.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