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배우고부터 모든 것이 명확했다
열 개의 손가락이 생겼고
너를 가리켰고 지울 수 없는 역사가 바위처럼
우리의 무릎 앞에 굴러 와 박혔다
역사를 배우고부터 고아가 되거나
혼혈아로 태어나는 인생을 쓸쓸한 마음으로 읽었다
단락을 나누듯이 우리의 인생이
갈라지는 것이 신기했다
도시가 점점 커졌다
문법을 배웠지만 너를 알고부터
비문의 세계가 열렸다
지구의를 돌려 어디라도 갈 수 있었다
더 밝아진 밤, 사물들은
잔상이 오래 남았다
내가 태어나고부터
의심이 싹텄다 상상력으로 나는 빈곤해졌다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을 구분했지만
꽃은 꽃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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