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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녀 - 하루가 출렁출렁

 

양들의 사회학:김지녀 시집,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 (마스크제공), 단품 시소의 감정, 민음사

 

 

 딱딱한 머리가 왜 이렇게 출렁거릴까

 몸이 소금에 오래 절여졌나 봐, 온갖 냄새와 기분이

 한덩어리로 뭉쳐 오늘 공기는

 글자들을 자꾸 잊게 한다

 이것을 여행이라고 부르자

 

 반가운 마음으로 내가 분류한 세계, 그 인적 없는 전화번호부에서

 너를 지우고 나를 지우고

 너를 만나기 전으로 살림살이들을 옮겨놓고

 창문을 모두 열었다

 

 거울 속의 얼굴이 점점 쓸모없어지네

 호출기를 누르고

 문턱이 닳도록 나는 고해이고 싶다

 고해할 것도 없는데, 괄호처럼 묶여

 죽음과 구별되고 싶다, 링거를 맞는 동안

 

 나의 하루는 만조에 이르렀다

 너를 잃어버리고

 나를 잃어버리고

 

 바깥으로 흘러넘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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