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사납게 번지고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글자이며
어두운 아이
한 칸씩 뜯어지며
언 땅이 녹고 있었다
잘못을 되풀이하며 녹지 않는 얼굴을
옷장 깊숙이 넣어두고
좁고 긴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림 속 과일이 색을 잃고
복도는 계속해서 야위어가며
깊어진 주머니
나의 더러운 손을 닦아주며
우는 손, 한 칸씩
두 칸씩
고독이 머물다 떠나고 있었다
주머니 속에 버려지며 나는
어두워진 아이
단추와 단추가 다음 단추로 건너뛰며
안개가 사라진, 후
검은 개 한 마리가
뒤를 돌아보며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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