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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녀 - 두루마리 두루, 마리,

 

양들의 사회학:김지녀 시집,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 (마스크제공), 단품 시소의 감정, 민음사

 

 

 안개가 사납게 번지고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움직이는 글자이며

 어두운 아이

 한 칸씩 뜯어지며

 

 언 땅이 녹고 있었다

 

 잘못을 되풀이하며 녹지 않는 얼굴을

 옷장 깊숙이 넣어두고

 

 좁고 긴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림 속 과일이 색을 잃고

 복도는 계속해서 야위어가며

 깊어진 주머니

 나의 더러운 손을 닦아주며

 우는 손, 한 칸씩

 두 칸씩

 

 고독이 머물다 떠나고 있었다

 

 주머니 속에 버려지며 나는

 어두워진 아이

 단추와 단추가 다음 단추로 건너뛰며

 

 안개가 사라진, 후

 

 검은 개 한 마리가

 뒤를 돌아보며 사납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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