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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녀 - 모자 위에 모자

 

양들의 사회학:김지녀 시집,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 (마스크제공), 단품 시소의 감정, 민음사

 

 

 이러다가 무너지겠어

 북극의 빙하처럼, 배고픈 얼굴

 

 손이 닿지 않는다

 

 언제부터 거기에 서 있었니? 너의 모자 속에 왜 내가 들어가 있니?

 선반 위에, 벽 위에, 생각 위에, 층계를 쌓고

 올라가는 사람 한 발씩,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사람

 무엇이 녹고 있니?

 

 첫번째 얼굴

 

 너의 이름에는 안개의 뉘앙스가 있다

 썩어가는 과일의 내부처럼, 끊어낼 수 없이

 자라나는 힘이 있어

 

 얼굴에 얼굴을 비비고

 혀를 대보면, 너는 식어가고 있구나

 머리칼이 딱딱하게 굳어간다

 

 손이 닿지 않는다

 

 무얼 감추고 있는 거니? 언제까지 거기에 서 있을 거니?

 모자를 쓰고

 모자 위에 모자를 쓰고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