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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 감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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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턱을 괴고

 창밖을 본다

 

 그림 같군

 

 그림 같다

 

 저 푸른 초원에

 양이 풀을 뜯고

 광목이 아낌없이 펄럭이고

 

 빨랫줄의 곡선에 정신이 팔려 나는 머리가 새는 줄도 모르지

 

 바지에 쏟은 우유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줄로 알고 있지

 

 새가 운다 

 

 어린 양이 흘린 피에 빨래를 하면

 눈부신 표백 효과가 생긴대

 

 새가 운다

 

 어린 양이 흘린 피에 목욕을 하면

 괴혈병이 깨끗이 낫는대

 

 턱을 괴고

 창밖을 본다 바지에 쏟은 우유가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지

 

 햇빛이 가득하다

 

 뜨겁다

 

 지옥 같군

 

 지옥 같다

 

 기다려도 과연 내일은 오지 않고

 

 죽은 뺨에

 살아 있는 손가락

 

 턱을 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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