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하는 두 개의 직선으로
방을 만들었어, 누가 말했다
은밀하고 또
종말이 와도 끄떡없어, 누가 말했다, 좋지
양이 하나
나무가 하나
돌이 하나
새가 하나
사람은 아직, 누가 나를 말렸다
사람이 살면 살기로 채워지고
사람이 죽으면 생기로 숨 막혀서
이목구비를 떼어
이렇게 주머니에 넣은 다음, 누가 나의 얼굴을 쓸었다
데스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심혈을 기울여 마지막 연구를 해야 해, 봐봐,
양이 있지, 양은 많지,
하나가 아니지, 누가 웃었다
띠 벽지를 둘러 길을 내서
우글거리는 양들을 머릿속에서 내몰고
산소로 오염된 꿈은
요오드액으로 닦아내고
심호흡을 하고
메스꺼움을 누르고
평행하는 두 개의 직선으로, 누가 말끝을 흐렸다
양의 대열은 엄숙하게 이어지는데
띠 벽지를 뜯어 먹는 것으로 허기를 달래며
양은 양의 양을 낳아
무한 속으로 사라지는데, 누가 숨을 죽였다
한 마리의 양만은 기어이
찾김을 당하지 않고
하나의 제곱은 하나, 거듭거듭 제곱도 하나
평행하는 두 개의 직선에 갇혀
머리에서 발끝까지 나는 창자가 구불거리는데
봐봐, 누가 속삭였다
기다리라니까, 다시 속삭였다
끄떡도 없어, 다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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