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에서. 웃지 않는 나의 소설 속에서. 너는 자서전을 쓰고 있다.
수동태의 문장으로. 하루에 한 줄씩. 삶을 당해서. 삶은 처음이라서. 미리 보인다. 미리 들린다. 너의 어깨에는 죽은 사람의 옷을 걸쳐주어야 한다. 너의 입에는 죽은 사람의 음식을 떠먹여야 한다. 너의 휴식에는 죽은 사람의 잠을 찾아주어야 한다.
삶에는 웃음의 농도가 높아서. 삼투압에 시달리게 되어 있어서. 흔들린다. 흘러들 것이다. 흘림체로 씌어질 것이다. 하루에 한 줄씩. 줄에서 줄로 의미를 두려워하는 듯 전전긍긍하다 부패하는 글씨. 물 얼룩으로 뒤틀리는 종이.
타성에 젖는 맹렬한 쾌락에 사로잡혀서. 너는. 한 줄 건너 한 줄씩. 임의의 한 줄씩. 소설 속에서. 웃지 않는 나의 소설 속에서.
나는 웃었다.
그러나 나는 웃었다.
그러나 나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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